“좋은 아침이에요, 주인님. 오늘의 아침은 간단하게 케첩을 뿌린 오므라이스로 준비했습니다.
오늘의 기상은 구름이 약간 있는 맑은 날씨이며 강수량은 20% 미만입니다.
오전 온도는 23도이며 저녁에는 일교차로 인해 기온이 10도 미만으로 떨어질 예정입니다.”
오늘 아침도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여자의 브리핑과 함께 시작됐다.
아, 물론 난 결혼을 한 적이 없다.
이 여자는 인간이 아닌 로봇이다.
세상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로봇은 인간과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만들어지고 있다.
여자 로봇을 산 지도 2년이 지났지만, 아직 적응이 안 돼 아침마다 놀라곤 한다.
여자 목소리가 내 집에서 들린다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 로봇의 이름은 시안이다. 왜 시안이냐고? 내가 민트색을 좋아해서 cyan을 그대로 따왔다.
시안은 아침마다 내게 기상을 알려주고 입을 옷을 준비해주며 요리를 해 준다.
내가 집을 나가 직장에 있는 동안에는 집을 지키는 것은 물론 집 청소, 빨래와 같은 일들을 해 준다.
처음에 시안을 산 목적은 집안일을 시키려고 산 것이 아니었다.
부끄럽지만 생리적인 욕구를 풀기 위해 큰 돈을 지불하면서 구매했다.
물론 사람을 사귈 순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급속하게 변한 탓인지, 사람들의 인식이 변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감정에 무뎌지게 되었다.
아니, 감정을 느끼려고 하지 않고 무시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은 감정같이 소모적인 것에 연연하는 것 대신, 그저 욕구만 해결하고자 했다.
이것이 시안을 구매한 이유였다.
그러다 욕구에 대한 감정도 사그라지면서 그냥 날 편리하게 해 주는 도구로 사용하게 되었다.
시안은 요리하다가 다쳤는지 왼쪽 손바닥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시안, 피 나는데 안 아파요? 빨리 치료하세요.”
“네, 주인님.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안이 만들어 준 오므라이스를 먹은 뒤, 외출 준비를 했다.
오늘은 할 일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아서는 안 된다.
시안이 미리 준비해 둔 검정색 정장을 입은 뒤, 집을 나섰다.
밖의 사람들은 모두 케첩이 뿌려진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나도 오므라이스로 배가 덜 찼는지 가까운 식당으로 가 햄버거 하나를 주문했다.
햄버거가 나오자마자 케첩을 마구 뿌렸다.
그리고 햄버거를 먹으면서 직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