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화려한 장식을 한 건물 옆에 차를 주차한 뒤, 입구로 다가갔다.
건물 입구엔 경비원 한 명이 서 있었다. 그는 굵은 목소리로 신분증과 초대장을 보여 달라고 말하며 짧게 기침을 했다.
그의 기침에서 역겨운 담배 냄새가 났고 그 자리를 피하기 위해 신분증과 초대장을 빠르게 보여준 뒤, 안으로 들어갔다.
로비로 들어서자 양쪽에서 길게 펼쳐진 계단들이 올라오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양쪽 계단 둘 다 한 곳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오른쪽 계단을 따라 올라가자 3m 정도 돼 보이는 문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문 건너편에서 노랫소리와 사람들의 울음소리가 섞여 시끄러운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난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고 안으로 들어갔다.
화려하고 다양한 가면을 쓴 사람들이 춤을 추고 술을 마시며 떠들고 있었다.
공작 가면을 쓴 웨이터가 나에게 다가와 위스키 한 잔을 내밀었고 잔을 받아 한 모금 입에 들이켜며 빈 테이블이 있는 곳을 찾아 걸었다. 마침 아무도 없는 빈 테이블이 있었고 그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접시를 들고 회장을 누비며 술을 나눠주는 웨이터들은 모두 조류 가면을 쓰고 있었고 특징 없이 검은색 가면을 쓴 5명의 사람은 무대 위에서 재즈 공연을 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내게 가장 눈이 많이 가는 것은 무대 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검정 백조 가면을 쓴 사람이었다. 가냘픈 몸매로 봐선 여자인 것 같았다. 그녀의 춤은 넓은 호수 가운데에서 날개를 펼치고 있는 우아한 한 마리의 백조였다. 난 한동안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잠시 후, 노래가 부드럽게 바뀌자 그녀가 춤을 멈추고 내게로 다가와 말했다.
“앉아도 되죠?”
그녀의 목소리는 얇고 깊었다.
“네, 당연하죠.”
“혼자 왔나요? 아까부터 저를 쭉 쳐다보고 있던데?”
그녀는 춤을 추면서 내 시선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다.
“네, 춤이 아름다웠고 백조 가면이 무슨 뜻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 생각 절대로 한 적 없다. 그저 그녀가 아름다워서 본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잘 보이기 위해 번지르르하게 말을 꾸며 냈다.
그러자 그녀는 대답했다.
“감사해요. 춤은 어릴 적부터 배워서 조금 출 줄 알아요. 그리고 백조는 아무 생각 없이 고른 가면이에요. 혹시 백조 가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나요?”
난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음.. 블랙스완이라는 단어 아시나요?”
"검은 백조라는 말 아닌가요?“
”네, 맞아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일이 일어났을 때를 말하는 단어예요. 백조는 하얀색의 깃털을 가지고 있죠. 검은색 깃털을 가진 백조는 존재할 수 없었죠. 하지만 검은 백조가 나타난 적이 있었고 불가능한 일이 일어난 것에 블랙스완이라는 단어가 생겨났어요.“
”몰랐던 정보네요. 그런데, 정말 그 생각밖에 안 했어요? 솔직히 말해요. 백조 생각 안 했죠?”
“들켰네요. 하하.. 하지만 정말 춤이 아름다워서 본 건 정말이에요. 춤은 어디서 배웠어요?”
“어릴 때, 할머니께서 가르쳐 주셨어요. 발레 선생님이셨거든요.”